“교도소가 호텔이냐” vs “폭염까지 형벌인가”…교정시설 냉방 둘러싼 인권 논쟁

배현대 기자

등록 2026-06-29 14:18

법무부, 취약 수용동 복도 중심 냉방 보강

수용자 건강권과 국민 정서 사이 해법 주목


<오늘의법률>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가 폭염에 취약한 수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에 나서면서, 이를 ‘과도한 편의 제공’으로 볼 것인지 ‘생명 보호를 위한 최소 조치’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약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교정시설의 냉방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노인과 장애인, 환자 등 온열질환 위험이 큰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이 우선 대상이다.


다만 일반 가정처럼 수용거실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방식은 아니다. 수용동 복도에 냉방설비를 설치해 건물 전체의 열기를 낮추고, 거실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완화하는 간접 냉방 방식이다.


교정시설 냉방 문제가 단순한 편의의 영역을 넘어선 배경에는 폭염과 과밀수용이 있다. 지난해 여름 일부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실 온도는 32~34도까지 상승했고, 여러 교정시설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과거 부산교도소에서는 조사수용 중이던 수용자 2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이 정원을 크게 웃도는 상황도 문제를 키운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 체감온도가 높아지는 데다, 노후 시설은 환기와 열 배출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엇갈린다. 냉방비 부담으로 일반 가정조차 에어컨 사용을 망설이고, 쪽방촌 주민이나 홀몸노인 중에도 냉방시설 없이 여름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수용자에게 국민 세금으로 냉방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반면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에 생명과 건강을 해칠 정도의 폭염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가는 수용자의 신체를 직접 관리하는 주체인 만큼, 구금 중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사망을 예방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이후 일부 지지자들이 수용시설 냉방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논쟁은 정치적 관심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교정시설 냉방 문제는 특정 수용자 한 사람의 처우가 아니라 전국 수용자와 교정공무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시설·인권 정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최근 교정시설의 노후화로 여름철 수용 공간이 심하게 달아오른다며, 이번 사업은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건강상 위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온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는 난방과 관련한 규정은 있지만 냉방이나 적정 실내온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입법조사처 등은 그동안 수용거실의 적정온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정시설 내부 온도가 생명을 위협할 수준까지 상승하자 법원이 냉방설비 설치나 온도 개선 조치를 명령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도 변호사단체가 수용자의 생명 보호를 이유로 구치소 냉방설비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결국 쟁점은 교도소를 ‘시원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고온부터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지, 취약 수용자를 어떤 기준으로 보호할지, 제한된 예산을 어디부터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오늘의법률> 취재 결과, 교정카페 안기모에서도 여름철 수용생활과 폭염, 선풍기 사용, 노약자 건강 문제는 가족들이 반복해서 걱정하는 주제다. ‘안쪽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처럼 수형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교정시설 안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며 불안을 견디고 있다.


냉방은 특혜와 인권 중 하나만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용자의 기본적인 생명과 건강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대상과 온도, 운영비용을 투명하게 정하는 것, 그것이 이번 논쟁에서 교정당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배현대

배현대

기자

오늘의법률
발행일자2026-06-29
발행인배현대
편집인배현대
연락처0507-1441-7893
이메일todayslaw@daum.net
주소 경기도 구리시 경춘로242번길 32, 102호

오늘의법률 © 오늘의법률 All rights reserved.

오늘의법률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